테드에 흥미로운 강의가 추천강의 목록에 나타났다.
제목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말하는 '무한' (Infinity according to Jorge Luis Borges)"
아르헨티나의 대표적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그의 작품을 통해 탐구한 "무한"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이레네오는 그가 본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하나의 나무를 기억속에서 떠올릴때, 일반적인 나무의 모습을 떠올린다. 땅위에 솟아난 큰 나무줄기와 이를 풍성히 감싸고 있는 나뭇잎. 하지만 그는 좀전에 골목길에서 마주쳤던 가로수, 그 줄기의 굴기와 껍질의 색감, 무성히 뻣어있는 나무가지의 여러방향과 잎사귀들이 바람결에 흔들리는 모습들을 모두 기억해 내며 그 변화의 모든 순간을 기억한다. 그 기억의 디테일은 매우 상세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 세상의 모든 변화를 기억해 버린다.
하지만 이런 그의 능력은 고통 그자체이다. 그는 기억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두운 방에서 일생을 보낸다. 그리고 잠에 들기 위해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을 상상해야만 한다. 상상의 그 곳은 디테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디테일한 기억의 범람에 압도되어, "생각"이란 걸 시도하지 못한다.
"생각"이란 차이를 잊고, 일반화하고 추상화하는 과정이다. 생각을 통해 기억에 비로소 의미가 부여된다.
하지만 그의 기억은 디테일이 전부이다. 생각의 과정도 없으며, 의미도 부여되지 않는다.
생각 하나,
디테일에 압도되는 순간, 삶의 의미와 목적은 상실된다.
바삐 돌아가는 하루하루의 스케줄에 집중한 나머지,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의 인생은 자세히 보면 비극이고, 멀리보면 희극이란 말이 있듯이
일상의 디테일에서 벗어나, 인생을 멀리 내다보는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
"무한"이란 개념은 어쩌면, 매 시간을 일반화하고 추상화한 개념이다.
만약 우리가 초단위, 분단위, 시간단위, 하루단위의 흐름으로 구분하는 순간,
"무한"은 다가갈 수 없는 개념이다.
"무한"은, 시간의 디테일에서 벗어나는 순간에 비로소 근접할 수 있다.
주인공은 선조들이 만들었지만 지금은 사라저버린 미로의 정원을 찾아 나선다. 그 정원은 끝없이 두 갈래로 갈리지는 길들이 무한히 있는 미로이다. 주인공은 미로의 정원이 다름아닌 "시간"이란 걸 깨닫게 된다. 시간은 우리를 매 순간 두 갈래의 길로 안내한다. 매 순간 우리의 선택은 무한한 가능성을 포함한다. 한 순간의 선택이 다른 선택으로 이어지고 모든 가능성은 또 다른 미래로 우리를 안내한다.
신은 "무한"이란 시간을 하나의 문장으로 압축하였다. 그리고 창조의 첫 날에 재규어의 무늬에 그 한 문장을 적었다. 그리고 신은 그 문장이 온전히 인간에게 전해 질 수 있도록, 재규어가 동굴, 사탕수수밭, 섬에서 계속해서 번식하며 세상에 널리 퍼지도록 했다. 마침내, 어느 늙은 성직자가 재규어의 무늬에서 무언가를 발견해 낸다. 그는 재규어의 반점을 오랫동안 암기하고 해독했고 마침내 신의 메시지를 이해하고 깨달음의 정점에 달했다. 그는 깊은 지하에 감금되어 있었기 때문에 문장의 의미를 나눌 사람이 없었고 상황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 순간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의 경험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생각 둘,
신이 보내는 메시지를 발견하는 방법은 두 가지라 생각한다.
늙은 성직자가 재규어의 무늬를 오랜시간 연구하여 찾아내는 방법과
직접 인생의 많은 순간을 선택하고 경험하며 체험해 깨달음에 도달하는 방법이다.
늙은 성직자의 사례는 결국 진리에 도달하였으나, 그 깨달음을 함께 공유할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난, 굳이 따르고 싶지 않은 방법인 것 같다.
삶이란 관계 속에서의 상호작용이 아닐까. 그 상호작용이 없다면, 그 삶은 의미 있을까 싶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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