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3.
#꿈
난 꿈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10대 시절 자주 꾸던 악몽은 내 기억 속에 오랜동안 흔적이 남아 있다. 어릴적, 반복해서 꾸었던 꿈이 있다. 바다,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어 수면 아래가 암흑이다. 난 바다 수면 위에 놓여있는 징검다리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 주위는 고요하고, 내 발밑으로 거대한 검은 그림자의 움직임을 느낀다. 식은 땀을 흘리며 꿈에서 깬적도 많았다. 청소년기에 끊질기게 괴롭히던 이 악몽은 20대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꿈은 때론 신의 계시라고도 믿어졌다.
꿈은 때론 소화불량의 한 증상이라고도 믿어졌다. '크리스마스 캐롤'이란 소설에서 스쿠르지는 죽은 친구 말리의 유령을 마주하며, 소화불량 때문에 유령을 보인다고 말한다. 그당시 사람들은 그렇게 믿기도 했으리라.
또한 프로이드는 '꿈의 해석'이란 책을 통해 무의식의 발현이라 주장하였고, 오랜동안 흘들림 없는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꿈을 꾸는 수면단계, 렘 수면
렘 수면 단계에서, 우리의 뇌는 깨어 있을 때와 비슷한 상태로 활성화된다.
다만, 뇌의 작은 부분인 뇌교(pons)가 손과 발 등이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즉, 렘 수면 상태에서 우리의 몸은 일시적으로 마비상태에 놓인다. 예외적으로 눈만 빼고. 그래서 렘 수면 상태에서, 눈 동자만 바쁘게 움직인다고 하여, '빠른 눈 운동 수면'이라고도 한다. 물론, 꿈을 꾸면서 몸음 움직이는 예외적인 상황도 발생한다. 몽유병이라 알고 있는 '렘 행동 장애'가 그것이다.
#꿈이 문맥없는 이유
#렘 수면 단계에서, 우리의 뇌에서 이성을 담당하는 전두협은 비활성화되고, 대신 감정을 담당하는 편두체가 주도권을 갖는다. 우리의 꿈이 문맥없는 스토리로 전개되는 이유는 이성이 아닌 감정을 담당하는 편두체가 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기억 속에 저장된 장면들을 불러들여 감정의 흐름에 맞춰 꿈의 장면들을 창조해 낸다. 따라서 꿈의 이야기는 논리정연하지 않다.
#꿈의 소재
우리들이 꾸는 꿈은 대부분 깨어 있을때의 기억을 소재로 한다. 즉, 우리의 기억을 소재로 감정을 담당하는 뇌가, 감정이란 선율에 따라 즉흥적으로 창조해내는 이야기와 같다. 잠들기 직전의 경험과 기억들이 꿈에 나타날 확율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꿈 속에서 문제풀이를 해낸 기억
고등학교때의 일이다. 토요일에 수학문제 풀이를 하고 있었는데, 한 문제가 유독 풀리지 않았다. 한동안 끙끙 거리다 방바닥에 누워 잠깐 잠이 들었다. 놀랍게도 꿈 속에서 그 문제를 너무나 쉽게 풀어버렸다. 잠이 깬 이후에 연습장에 꿈의 기억을 되살려 문제풀이를 기록했던 경험이 있다.
꿈은 문맥없는 기억들이 감정의 선율에 따라 재배치되는 현상이지만, 그 과정 속에 서로 연관없던 기억들을 새롭게 서로 연결되면서, 학습능력을 향상시킨다. 풀지 못하던 문제를 두고 잠이 들면 꿈속에서 문제풀이에 답을 찾아내는 경험은 이때문이다.
#하루에 몇번의 꿈을 꿀까?
우리가 잠을 자는 시간동안 약 5분의 1가량의 시간동안 꿈을 꾼다. 그리고, 약 20개의 꿈이 만들어진다. 대부분 꿈은 휘발성이 강해 렘수면에서 깨어나면 대부분 즉시 사라진다. 손과 발 등 신체의 다른 부분들을 움직이면서 피부에 자극을 주면서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꿈에 대한 기억은 더욱 빨리 사라진다.
#악몽에 대한 재인식
기억을 돌이켜 보니,나의 청소년기 악몽은 토요명화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깊은 바다 속에 살고 있는 거대한 바다 괴물이 등장하는 토요명작영화를 어릴적 마음졸이면서 이후 였다. 이것이 나의 악몽에 투영된 공포의 원형이었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20대에 그 영화를 우연히 다시 보면서이다. CG도 엉성하고 설정도 억지스러웠다는 생각이 미치자 갑자가 바다괴물이 유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린 나이에 느꼈던 말초적 공포감은 순식간에 유치함으로 변하였다.
"지금 보니 그냥 큰 가오리였구나. 가오리는 찜요리가 맛있지."
공포의 원형을 희화화 해버리니, 더이상 공포감은 느껴지지 않고 약간 친숙감 마져 들었다.
청소년기에 나를 괴롭히더 악몽은 그렇게 실없이 끝나버렸다.
혹시 꿈에 대한 다큐를 원한다면,
넷플릭스 <익스플레인 : 뇌를 해설하다> 시즌1의 2화(꿈의 비밀)을 추천한다.
사회현상을 정의하는 <용어>선택의 중요성 (0) | 2022.11.06 |
---|---|
리턴 투 스페이스(Return to space) (0) | 2022.10.24 |
헤드스페이스 : 명상이 필요할때 (0) | 2022.10.24 |
THE PARADOX OF CHOICE 선택의 역설 (0) | 2021.06.24 |
스토리텔링의 핵심 (0) | 2018.09.17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