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너무 힘든 일을 겪었다. 눈물이 났다. 여러 클라이언트에게 동시 다발적으로 독촉을 받았고, 다른 부서 동료와의 협업과정에 작은 실수가 발생했다. 기술적으로는 내 잘못이 아니나, 내가 책임지고 수습하지 않으면 내 업무를 지원하던 다른 부서 동료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것 같아서, (그 동료는 나를 위해 기꺼이 많은 수고를 해주었기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걸 막기 위해 내가 실수한것으로 하고,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항의하는 클라이언트에게 사과하며 수습하는 과정에 눈물이 났다. 몇주동안 고생하고, 클라이언트의 헛소리 같은 민원도 모두 편의를 봐주면서 해주었지만 사소한 것 하나로 시비를 걸며 책임을 떠 넘기는 모습에 참아왔던 감정선이 무너진 것 같았다. 이유없는 눈물이 계속 나서 어제 저녁은 남은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몸 어디에선가 작은 구멍이 난것 같았다. 바람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분명 몸과 마음은 주저앉고 있었다.
겨우 힘을 내어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맥주 몇 잔을 늦은 밥과 함께 마셨더니 졸음이 몰려와 쓰러지듯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지쳐 정신을 잃었다.
아마도 마지막 수면상태에서 벗어나기 직전, 램수면 상태에서 나의 편도체가 만들어낸 마지막 꿈이리라.
내용은 이러했다.
등장인물은 어머니, 아버지, 형 그리고 나
그리고 장소는 거실을 중심으로 3개의 방이 각각 연결된 주거공간이다.
나는 낯설게 느끼지만, 나 이외의 모든 가족들은 그 곳이 익숙한 듯 행동한다.
나는 갑자기 그 곳의 청결 상태를 인식한다. 그곳은 어둡고 매우 불결하였다.
방마다 천장엔 거미줄이 있다. 그리고 거미도 매달려 있다. 난 거미를 싫어한다. 끔찍함을 느낀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와 가족들은 이 곳에서 거미를 내쫓기로 결정하고, 청소를 시작한다.
난 알코올이 채워진 분무기를 뿌려대며, 거미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거미를 공격한다.
그렇게 거미를 내쫓은 후, 막대기를 이용해 거미줄을 제거한다.
바닥 장판인지 카펫인지 알수 없지만 매우 더려웠다. 나는 장판을 밖으로 끌어 내어 물을 뿌리며 청소한다.
그렇게 정신없이 청소를 하는 과정에 갑자기 눈이 떠졌다.
처음엔 기분 나쁜 꿈을 꾸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꿈의 내용을 곧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의 꿈은 두 가지의 기능을 한다고 한다.
첫째, 생존을 위한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어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다면, 꿈을 꾸는 램수면 상태에서 우리의 뇌는 이미지트레이닝을 한다. 즉, 새로 익힌 몸 동작을 꿈 속에서 반복학습을 진행한다.
둘째, 스트레스감정의 해소이다.
낮시간 동안, 위기상황에서 얻은 스트레스감정을 램수면 상태에서 해소한다. 우리의 몸은 생존과정에서 얻은 낮동안의 스트레스감정을 꿈에 투영하여 감정해소의 과정을 반복다는 것이다.
즉, "꿈"은 생존을 위한 기술숙련의 과정이자, 위기상황에서 입은 상처입은 감정치유의 과정인 것이다.
이것이 최근 연구를 통해 밝혀내 진화론적 관점에서의 꿈의 기능이다. 더이상 프로이드의 심리학에서 말하는 꿈의 해석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늘 내가 꾼 꿈의 내용은 어제 내가 겪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더렵혀진 감정상태를 청소하는 과정이었다.
더럽혀진 그 곳은 어제 내가 겪은 복잡한 나의 감정상태가 반영된 곳이다.
그리고 그 곳을 열심히 청소하는 나와 가족들은 어제의 힘든 감정상태를 지우려는
본능적인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의 한 형태라 이해되었다.
투쟁도피반응은 스테레스 환경에 노출되는 경우 이를 극복하려는 신체적 반응이다.
꿈은 편도체라는 뇌의 기관에서 만들어낸다. 편도체는 감정을 주관하며, 생존을 위한 투쟁도피반응을 담당한다.
한번 울어버리면, 기분이 개운해진다.
잠을 푹 자고 나면, 상처입은 감정도 어느새 회복되어진다.
이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어제와 달리 다시금 타인을 친절히 대할 수 있을 만큼 회복되었다.
꿈은 신기하고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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